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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들여다보기

철학적이면서 세속적인, 아니쉬 카푸어

by crystalpalace 2022. 11. 23.
“모든 물질적 사물은 비물질적 상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상태를 찾고 구합니다."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1954~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의 연결

아니쉬 카푸어는 1954년 인도인 아버지와 유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봄베이에서 보내고, 1973년 영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그는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런던의 혼시미술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하였으며, 1977년에서 1978년까지는 첼시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였습니다.

카푸어는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인도와 유럽의 정체성을 모두 보유한 조각가로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의 간극을 연결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리처드 디컨(Richard Deacon), 빌 우드로(Bill Woodrow) 등과 함께 '젊은 영국 조각가 The Young British Sculptors'로 불리며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카푸어의 명성은 1990년대에 치솟았습니다. 그는 1990년 제 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국을 대표하여 최고의 젊은 예술가를 위한 프리미오 2000을 수상했습니다. 이듬해 1991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카네기 미술관, 허쉬혼 박물관 및 조각 정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다수는 경매에서 백만 달러 이상에 팔릴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입니다.

 

 

명상적인 조각을 만들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며 유명한 작품은 시카고의 상징으로도 손 꼽히는 "The Bean"으로 알려진 반사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인 Cloud Gate(2006)입니다. 유기적인 형태의 우아한 조각품을 고도의 공학 기술을 통해 제작합니다. 볼록하고 오목한 표면과 착시를 일으키는 거울은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공통된 모티브입니다.

 그의 작품은 종교적 오브제와 종교의식을 떠올리게 하며,  예술적인 기교를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같은 유럽 미술의 초월적 시도와 일맥상통합니다. 

카푸어는 매일 새벽 1시간 동안 참선과 독경으로 인간, 우주, 자연과 마주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카푸어가 추구하는 바는 '숭고함'입니다.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수많은 갈등과 질문에 답하면서 이를 풀어내는 성찰과정을 통해 사물의 심층을 파고 들어가 물성을 드러내는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데 '천재적'입니다.  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조각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그 물성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사유를 담아내는 것이 그가 조각을 하는 이유이고 목적입니다

 

반타블랙에 둘러싼 아티스트들의 전쟁

조각 이외에도 아니쉬 카푸어가 자주 거론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반타블랙이라는 색과 특허에 관한 사건입니다.

반타블랙은 2014년 영국의 서레이 나노시스템Surrey Nanosystem에서 개발한 컬러로 빛을99.965% 흡수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적외선까지 모조리 빨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반타 블랙으로 칠할 경우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이 보입니다. 현대 예술의 거장으로 자리잡았던 아니쉬 카푸어가 이 예술적 사용에 한해 반타 블랙의 사용권에 거액을 지불하고 독점하자 예술계는 시끌벅적한 논쟁과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누군가 특정 색깔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일어났고 아티스트 중 스튜어트 셈플Stuart Semple은 예술적인 방식으로 반대에 나섭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발한 안료 가장 핑크스러운 핑크Pinkest Pink’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며 이 안료를 사려면 아니쉬 카푸어가 아니어야 하고, 그와 관계된 사람도 아니며, 구매 후에도 아니쉬 카푸어에게는 되팔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며칠 후 아니쉬 카푸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핑크색 도료를 중지에 바른 사진을 올리며 스튜어트 셈플에게  화답했다.스튜어트 셈플은 그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색을 개발하며 '아니쉬 카푸어는 사용하면 안됨'이라는 조건을 달아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Descent Into Limbo, Havana, 2016, fiberglass and pigment,diameter 3 m, unique work.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IA CONTINUA, San Gimignano / Beijing /Les Moulins / Habana. Photo: Paola Martinez Fit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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