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게 벗처럼 살면 어디든 중심이 되는 법이다
강요배
1952~
제주화가 강요배
얼마 전 제 3회 제주비엔날레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 열렸습니다.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최 기간 2022.11.16.~2023.02.12.)
강요배 작가는 제주 대표 작가로 비엔날레를 통해 ‘폭포 속으로’ 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668 x 386 사이즈의 대작으로 거침없이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압도적입니다.
그는 육지인의 눈에는 포착되지 않고 제주에 뿌리내리고 사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제주의 표정들, 거기에 사는 제주인의 체취를 화폭에 담아내는 '제주의 화가'입니다.
흰 바다, 팽나무, 마파람, 황무지, 산국이 있는 가을 밭, 콩밭, 수선화, 다랑쉬오름, 변화무쌍한 하늘 등..
형식 자체도 여느 풍경화가와 달리 묵직하고 야성적인 갈색과 검은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들이며,
거칠고 빠른 붓터치가 인상적인 풍경화를 그려냅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주면에서 유홍준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배의 검은색은 제주 땅의 기본을 이루는 화산암이었다.”
팸플릿에 실은 [작가의 변]
“바람이 구름을 휩쓸어 [황무지]를 후려친다. 새벽 공기 속 [호박꾳]이 싱싱한 여름, 한낮엔 속으로 붉게 타는 황금빛 [보리밭] 들판 가득 흐드러지고, 땡볕에 무르익은 [노랑참외]의 단내가 들길에 썩어 넘실거릴 때 [먼바다]는 쪽빛이다. 능선 고운 [오름]잔디가 금빛으로 옷갈이하고 맑은 바람 속에 작은 [산꽃]들이 하늘댄다.
그의 그림 중 특히 하늘과 구름을 담은 그림을 좋아합니다.
제주에서는 건물에 가릴 것 없는 하늘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매일같이 일상생활에서도 극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더 자주 올려다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운 하늘과 변화무쌍한 날씨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하늘 그림은
어디에 있든 제주 하늘 아래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강요배, 이름에 배여있는 4.3사건의 그림자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서 강요배 堯(요나라 요), 培(북돋을 배) 이름 유래가 등장합니다.
4.3사건의 양민학살 당시 지금 제주공항인 정뜨르에 토벌대가 수백명의 주민들을 모아놓고 호명할 때 “김철수”라고 불러 동명을 가진 세명이 나오면 누군지 가려내지 않고 모두 처형했다고 한다. 그때 강요배의 아버지는 애 아들 이름은 절대로 동명이 나오지 않는 독특한 이름으로 지을것이라고 마음먹었고, 강요배의 형제는 강거배, 강요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강요배는 1980년대 민중미술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실과 발언’의 멤버로 민중미술운동의 한가운데 섰지만 언제나 민중미술을 이념이나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오직 현식을 직시하는 리얼리스트로서 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1988년부터 3년간 <제주민중항쟁사> 연작을 그렸습니다. 고려시대부터 4.3까지 제주 지역 민중 항쟁사를 주제로 한 역사화 연작입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문민정부 등장과 함께 민주화운동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고 민중 미술고 한 고비를 넘어 저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 그는 고향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제주 풍경과 역사를 꾸준히 그려나갑니다.
강요배는 2015년 이중섭미술상, 2020년 제21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습니다. 대구미술관에서 수상기념전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주요 국공립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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