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minä perhonen design journey: the circle of memory》
전시 기간: 2024.09.12 – 2025.02.06(연중무휴)
전시 장소: 디자인 플라자 DDP 전시 1관 (B2F)
아이와 함께 하는 서울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동대문 악세사리 시장이 되었다.
동대문 시장을 가기에 앞서 디자이너의 감성을 충전해줄 전시,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의 “기억의 순환”을 보기 위해 ddp에 먼저 들렀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미나 페르호넨이 어떤 브랜드인지 잘 몰랐다.
미나 페르호넨은 자연,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감각을 섬세하게 직조한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패션 브랜드이다.
찾아보니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옷이며 가방들을 사오기도 한다는 브랜드였다.
이 전시는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창립자인 아키라 미노가와(Akira Minagawa)의 철학과 작업을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는데, 단순한 작품 관람을 넘어 작가의 창작 과정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전시 입구: 시간의 문을 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기자기한 자수와 패턴들이 담긴 커다란 패브릭 작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드리운 다양한 직물들은 패턴들이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다.
아이와 함께 전시장 문을 들어가는 순간, 전시장 스태프들의 무전기로 “어린이 입장”이라는 소리와 함께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는 스태프가 따라 붙었다. ㅎㅎ
만져보고 싶고, 눌러보고 싶은 질감의 패브릭과 물건들은 어른들도 참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니까 아이들은 더 참기 힘들지 ㅎㅎㅎ
스태프들이 덜 걱정하도록 더 엄격하게 아이의 동선을 관리했다.
전시는 미나 페르호넨의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며,
각 시대의 작업이 어떻게 브랜드의 정체성과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디자인의 기억: 패턴과 이야기
미나 페르호넨의 대표적인 패턴, 예를 들어 나비를 모티브로 한 ‘tambourine’이나 자연의 리듬을 닮은 ‘forest parade’, ‘symphony’ 등이 전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각각의 패턴 옆에는 그 탄생 배경과 디자이너의 생각이 담긴 짧은 설명이 더해져 있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직물이 아니라, 삶의 조각과 감정이 어떻게 디자인으로 재현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같은 패턴을 활용한 오래된 작품과 최근 작업을 나란히 배치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작업실을 엿보다: 디자이너의 일상
전시 중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재현한 섹션이었다.
수백 개의 색연필과 천 조각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수집품들 그리고 손으로 그려진 스케치들이 놓여 있었는데,
미노가와의 작업 과정이 얼마나 정교하고 유기적인지를 보여준다.
어린 아이의 꾸미지 않은 그림같은 스케치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이 어떻게 패턴으로 구체화되고,
그것이 다시 의상이나 소품으로 구현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전시되어 있어
결과물 위주의 전시보다 훨씬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었다.
평소 반짝이는 돌, 도토리, 비즈등을 서랍 가득 모으고 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다른 전시보다 훨씬 더 관심을 가지고 꼼꼼히 전시를 관람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인 것 같다.
기억의 순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미나 페르호넨은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며,
사용된 소재와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활용된 직물로 만든 제품들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의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생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늘 함께했던 옷을 딸에게로 물려주고, 얼음물에 빠져 망가진 옷을 잘 세탁해서 살려내는 등 다양한 스토리들을 보니 나도 하나쯤 소장하고 싶어졌다.
디자이너는 이렇게 ‘기억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우리 삶과 물건, 그리고 자연이 연결된 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오며,
전시장을 나서는 길, 미나 페르호넨의 작품들로부터 받은 영감과 감동이 오랫동안 잔잔하게 유지되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아름다운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일상의 소중함과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의 순환 속에서 일궈내는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은 무척이나 부럽고, 따라 걷고 싶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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