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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들여다보기

방학중 놓치지 말아야 전시_ 광주 국립아시아문화 전당 (ACC) 구본창 :사물의 초상

by crystalpalace 2025. 1. 30.

광주 ACC에서 열린 구본창 전시

 

2024.11.22- 2025.3.3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3,4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구본창 전시, 사물의 초상 The Look of Things 는

그의 오랜 사진 작업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1부 역사를 품은 사물에 숨결을 입히다

2부 일상 속 사소한 사물을 발견하다

3부 구본창의 시선과 마주하다

 

 

각 섹션은 그의 대표작들과 함께 작업 과정 및 철학을 엿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지난 추석 기간에 피카소 전시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이번 전시도 많은 기대와 함께 방문했다.

압도적이었던 출입구

 

 

 

 

백자(White Porcelain) – 단순함 속의 깊이


구본창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자 시리즈가 전시된 공간이 크게 할애되어 있다.

깨끗한 화이트 톤의 벽면에 걸린 작품들은 한층 더 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의 백자 사진들은 단순한 도자기의 기록이 아니다.

균형 잡힌 형태, 미세한 표면의 크랙, 도자기 속에 스며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미묘한 색감 차이와 질감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특히, 한 작품은 도자기 표면의 작은 얼룩과 균열까지 담아내어, 마치 인간의 피부처럼 생명력을 지닌 존재처럼 보이게 했다.

구본창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상이 지닌 ‘결’과 ‘흔적’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꼭두(Kkokdu) – 죽음을 맞이하는 따뜻한 동반자



꼭두는 전통적으로 장례식에서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나무 인형으로, 보통 화려한 색을 띠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구본창은 이러한 꼭두를 클로즈업 촬영하여 인간적인 감정을 더욱 부각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꼭두 인형들의 낡은 나무 질감과 세월이 만든 균열, 빛바랜 색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그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딘가 슬픔이 깃든 듯한 모호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구본창은 꼭두의 다양한 표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했다.

일부 꼭두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어떤 꼭두는 지친 듯하거나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망자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지만, 이 사진 속 꼭두들은 오히려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을 담고 있는 듯했다.

구본창은 오래된 사물 속에 깃든 ‘시간’과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 ‘꼭두’ 시리즈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망자를 인도하는 존재이지만

오히려 살아 있는 이들의 감정을 투영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의 사진 속 꼭두들은 단순한 민속품이 아니라, 기억과 정서가 스며든 초상화 같은 느낌을 주었다.

 

 

 

꼭두가 전시된 뒷면에는 한국 전통 탈을 쓴 사람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흑백의 마스크, 화려한 색감의 꼭두

온갖 감정을 연기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연기자와 무덤에서 꺼낸 나무 조각

애잔함이 느껴지는 삶과 재미가 가득 담긴 죽음의 상징.

전시를 오가며 교차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죽음과 삶이 묘한 감정이 들게 한다

 

 

 

 

 

일상 속 사물들 – 사물의 영혼을 보다


구본창이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물’ 시리즈가 전시된 곳이 가장 흥미로웠다.

훌륭한 예술가임을 증명하는 듯,

그는 오래된 천 조각, 낡은 책, 작은 유리병과 같은 평범한 사물들을 마치 생명체처럼 다루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사진 속 사물들이 단순한 정물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 촉감이 느껴질 듯한 질감 표현 덕분에 마치 하나의 초상화처럼 보였다.

색감이 너무 아름다웠고, 규모가 주는 압도감도 있었다.

그는 사물을 찍을 때도 인물 사진을 찍듯이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가 직접 소장하고 있는 사물들이 일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사진과 실물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사물을 저렇게 멋진 작품으로?

피사체를 확인한 뒤 더 놀라웠고, 그의 예술성에 감탄하게 된다. 

 

 

 

인물


구본창은 인물 사진도 많이 찍었다.

배우의 매력을 정말 잘 표현한 인물 사진이었따.



 

사진을 넘어선 기록


마지막 섹션에서는 구본창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가 마련되었다.

그의 작업노트, 인화 과정에서의 실험적인 시도, 작품에 대한 메모 등이 전시되어 있어 사진 작업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있어,

관객들은 그의 작업 철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사진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담는 매개체’로 바라본다고 말한다.


이번 ACC 전시는 구본창의 사진을 단순히 시각적 감상이 아닌, 철학적인 사유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가 사진을 통해 탐구하는 ‘시간’, ‘존재’, ‘흔적’이라는 키워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정적인 화면 속에서도 깊은 감정과 서사를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예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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