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가 들여다보기

깨지기 쉽지만 강력한 아름다움, 장 미셸 오토니엘

by crystalpalace 2023. 3. 6.
"아름다움은 거의 정치적인 것이다"

 

1964~

Jean-Michel Othoniel

 

장 미셸 오토니엘, Photograph by Ambroise Tezenas.

 

 

 

유리 구슬로 이끄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

장-미셸 오토니엘은 영화, 설치,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예술 매체에서 작업하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입니다. 유리, 왁스, 유황 등 재료 선택에 있어 거리낌없이 탐구하고, 변형하고, 실험합니다. 1992년 카셀 도큐멘타 9에서 유황 조각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 내내 유황으로 조각한 다음 시칠리아를 방문해 여러 재료들을 직접 테스트해 본 뒤 화산 유리로 주 재료를 전환하게 됩니다. 

 

오토니엘은 마르세유와 무나로의 유리 마스터와 함께 유리의 변형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C.I.R.V.A.(Centre International du Verre et Arts Plastiques)와 협력하기 시작합니다. 1997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첫 개인전을 가지면서 정원 구석 구석에 무라노 유리로 만든 목걸이를 전시했습니다. 

 

 

2000년에는 파리 메트로의 Palais Royal-Musee du Louvre 역의 새로운 입구를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알루미늄 구조를 바탕으로 무라노에서 제작한 800개의 유리 구슬로 제작하였습니다.

파리의 지하철역 입구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2002년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다시 유리 대형 목걸이를 만들어 전시하고, 2006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무라노의 유리 공예 장인이 만든 큰 유리 구슬로 목걸이를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베니에르 데이 레오니 궁전(Palazzo Venier dei Leoni)의 파사드에 걸려있습니다.

 

페기의 목걸이 Peggy's necklace,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베니스, 2006

 

 

 

그의 작품중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들은 보석같이 연결된 유리 조각으로 대형 목걸이나 반지 등 장신구 같이 반짝입니다. 이렇게 눈부시게 반짝이는 대규모 유리 조각품을 제작하면서, 그 반짝이는 표면 아래 연약함, 덧없음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Kiku - Ōtaniro (Earthen yellow-red-brown), 2020, Mirrored glass, stainless steel,  49 × 49 cm

 

 

 

"나는 이 아름다움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이를 통해 다른 주제로 당신을 이끌고 싶습니다"

 

유리는 제작 과정에서 자유롭게 변형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유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그의 유리 작품은 오브제로서 뛰어난 미적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매력을 더하기도 합니다. 2022년 프랑스 프티 팔레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으며,  2022년 여름,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정원과 정원>은 한국 관객들 에게 반짝이는 희망의 순간을 선사하기도 했지요. 베르사유 연못에 설치된 분수 조각품 "Les Belles Dances"는 루이 14세의 Reggia Palazzo 정원에 최초로 영구 설치된 작품이 되었습니다. 

 

 

베르사이유에 설치한 분수 :Les Belles Dances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서울, 2022

 

프티팔레, 파리, 2022

 

 

 

 

Detail of Jean-Michel Othoniel,&nbsp; Tr&eacute;sors et Fontaines , 2022. Palais id&eacute;al du facteur Cheval. &copy;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Detail of Jean-Michel Othoniel,&nbsp; Vitraux , 2022. Palais id&eacute;al du facteur Cheval. &copy;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상실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반짝임

오토니엘은 사제였던 동성 연인의 자살을 경험했으며, 예술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던 아티스트 Felix Gonzalez-Torres는 에이즈로 사망하였는데, 그 때 겪었던 상실과 절망을 암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내기도 합니다. 사물의 완벽한 표면에 균열을 낸다던가, 기묘하고 기발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유황과도 같은 일시적인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지요. Scar Necklace(1997)는 곤잘레스-토레스의 사망 1주기를 추모하며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상처난 유리 구슬로 제작하였고, 이후 목걸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대규모의 목걸이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자기 치유의 수단으로 사용된 "유리 구슬" 을 오토니엘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구슬은 좋든 나쁘든 인생의 한 굽이를 도는 흉터, 기억하고픈 슬픔과 아픔, 회환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부적"

 

 

The boat of tears 2005

 

The Boat of Tears(2005) 이 작품은 쿠바 망명자들에 대한 찬사이자 유리 조각을 이용한 공식적인 작품으로 시적인 아름다움과 정치적 메세지를 연결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토니엘의 작품을 보고 비평가들은 모순어법의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반짝이고 아름다운 소재로 슬픔과 상실을 표현합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유리 역시 견고함과 취약함, 가벼움과 묵짐함 등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요.

 

 

카타르 내셔널 뮤지엄 앞에 설치된 알파 Alfa

 

Alfa(2019)에서 물 위를 춤추며 중력을 거스르는 조각품은 가벼움과 무게 사이의 장엄한 조화를 발산합니다. 이러한 장엄함과 섬세함, 예술과 수학, 미니멀리즘과 바로크 사이를 오가며 모순어 법의 성격이 작가가 세우고자 한 자기만의 예술 철학으로 평가합니다.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피어나는 작품의 표면에 현실이 반사되어 비친다는 점에 서 "아름다움은 거의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떠올려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