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7~1764
William Hogarth
영국의 대표 화가, 호가스
윌리엄 호가스는 영국의 화가, 조각가이자 사회 평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가스는 당시 영국 사회의 부패와 위선을 신랄하고, 코믹하게 비틀어 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자 작가입니다.
영국은 회화사에서 오랫동안 눈여겨 볼 화가가 없는 불모지였습니다. 호가스는 그의 세대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영국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회화와 판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당시 영국의 사회상을 풍자로 담아내어 독창적인 회화 분야를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정치 풍자 삽화를 "호가스식"이라고 부릅니다.
호가스의 작업은 영국의 회화와 판화를 해외로 홍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 호가스의 그림은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휘슬러는 어렸을 때 호가스의 판화 책을 선물받았고, 호가스의 구성, 붓놀림, 색상 등에 대해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휘슬러는 1901년, 호가스의 치즈윅 Chiswick 에 위치한 집이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되도록 캠페인을 벌이면서 "정부나 왕립 아카데미에 의해 공식적으로 수행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영국 밖에서도 여전히 '위대한' 한 '마스터'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십시요"라고 전달했습니다. 지금 이 곳은 호가스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호가스
호가스의 그림과 판화는 워낙 인기가 있어 불법 복제가 만연했습니다. 호가스는 자신의 작품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 자신과 같은 작가들의 법적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의회에 법률 제정을 요청했고, 1735년 <호가스법 Hogarth's Act>으로 알려진 The Engraving Copyright Act가 통과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세계 최초의 법률 중 하나였고, 자신의 판화에 대해 예술가의 저작권을 처음으로 획득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호가스는 The Rake's Progress를 진작 완성하였지만 이 법이 완전히 통과되어 보호를 받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출판을 했다고 합니다.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현실을 담은 결혼 시리즈
호가스의 그림 중 6부작 시리즈 <Marriage A-la-Mode>는 상류층을 풍자하는 호가스의 첫 번째 "도덕" 시리즈입니다. 당시 영국은 귀족들은 탐욕과 성적 욕망이 만연했고,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은 사랑보다 돈을 위해 가문에서 정해주는 결혼을 했습니다. 호가스는 이러한 세태를 꼬집는 시리즈물을 그렸는데, 당시 첫 화부터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요즘 막장드라마 못지 않은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다음 화가 기다려집니다.
돈이 필요한 몰락 직전의 귀족 가문과 지위가 필요한 부유한 상인간의 정략 결혼에 대한 풍자가 주요 스토리로 시리즈 첫 번째 그림에서 두 집안의 아버지가 돈과 족보를 보여주며 흥정을 하고 있습니다.
왼쪽, 신부와 신랑이 앉아있는 의자 뒤 벽에는 메두사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메두사 그림은 두 사람의 결혼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예비 신부는 결혼에 큰 관심이 없는 듯 손수건에 결혼반지를 끼우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으며, 예비신랑 신랑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딴청을 부리고 있지요.
오른쪽편으로 부유한 상인인 신부 아버지가 결혼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있습니다. 안경을 추켜 올리는 모습이 품위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요? 신랑 아버지 귀족의 품위를 지키려는 듯 허리를 세웠지만, 다리는 다쳐서 목발이 필요한 신세입니다. 이는 몰락한 귀족 가문임을 나타내지만, 거래를 위해 대대손손 귀족 가문임을 나타내는 족보를 보여 주고 있네요. 그의 앞에 수북히 쌓인 금화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신부 측에서 결혼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지불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면 2는 사랑 없이 결혼한 두 남녀의 방탕한 결혼 생활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전날 밤 외박을 하고 돌아온 남편은 술이 덜 깬 듯 널브러져 있는데 아마 매춘 업소에서 밤을 지새우고 왔을 것입니다. 개는 남편의 주머니에서 숙녀의 모자 냄새를 킁킁대며 맡고 있습니다. 그 옆에 밤새 카드놀이를 즐긴 아내도 피곤한 듯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밤 새 벌인 파티로 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장면 3은 프랑스 의사(M. de la Pillule)의 방이 배경입니다. 장면 1에서부터 보였던 남편의 목에 있던 검은 반점은 남편이 매독이라는 성병에 걸려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이 그림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데 화가 난 듯 보이는 여성은 오른쪽 여자 아이의 어머니로 아이가 매독에 감염되었다고 의심해 다같이 병원으로 온 장면입니다.
프랑스인 의사는 지저분하면서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고 있는데 전문성을 갖춘 것 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른쪽 책에 "파리 왕립 아카데미에서 검사 및 승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호가스는 프랑스 인의 무지와 의학 지식의 부족함을 이런 식으로 비꼬우고 있습니다.
장면 4 늙은 백작이 죽은 후 이제 그 아들이 백작이 되었고, 아내는 이제 백작부인이 되었습니다. 부인은 특별한 사이 인것 처럼 보이는 변호사와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변호사는 신발까지 벗고 소파위에 발을 올린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녀와 이 공간이 매우 친숙해 보입니다. 변호사는 백작 부인에게 가장 무도회 티켓을 보여주며 같이 가자고 제안하고 있네요. 백작 부인이 앉은 의자에 걸려 있는 빨간색 산호줄은 어린 아이가 이가 나기 시작할 때 사용하는 치발기라고 합니다. 아이가 이 장면에 나오지 않는 것은 그녀가 자기가 낳은 아이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면 5
이 장면은 코벤트 가든의 Turk's Head Bagnio라는 실제 존재한 장소를 배경으로 일어납니다. 터키식 목욕탕이 딸린 커피 하우스를 일컫는 Bagnio는 1740년 아무런 조건 없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방을 제공하는 장소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는데, 장면 5의 배경이 바로 Bagnio입니다. 백작 부인과 변호사는 가장 무도회에 참여 후 이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바닥에 가면과 함께 멋진 옷과 장신구들이 보입니다., 어린 백작은 이 둘을 따라갔고, 침대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화가 난 백작과 변호사 사이 칼싸움이 벌어졌고, 변호사는 잠옷 차림으로 창문을 넘어 도망치고 있으며, 백작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뒷 벽에는 두 동강 난 아이가 있는 '솔로몬의 심판' 태피스트리가 걸겨 있어 곧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장면 6
마지막 장면은 백작부인의 아버지 집입니다. 그녀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변호사가 젊은 백작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을 듣고 독약을 마셨습니다. 부모의 매독으로 인해 불구로 태어난 그녀의 아이(아이의 다리에 캘리퍼스가 장착되어 있어 구루병을 앓고 있는것을 보여줍니다)가 그녀를 껴안으려 매달리고 있습니다. 백작부인의 아이가 딸인것으로 보아 백작의 가문을 잊지 못해 돈으로 주고 산 백작의 가계도가 완전히 끝나 버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있지요. 자식의 마지막 순간에도 금전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매정한 부모를 그리고 있습니다. 약제사는 독약을 구해온 멍청한 하인을 질책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호가스가 그린 이 드라마는 방탕과 욕망에서 불행과 수치로 끝맺음을 합니다.우아하고 아름답기만 한 그림 속 주인공이 아니라 찌푸리고, 비웃고, 호통치고, 비굴한, 생생히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표정들과 배경 및 소품들에서 풍기는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포진해 있어 구석 구석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더 그 시절, 그의 그림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을까 상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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