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동선과 소요 시간
이번 싱가포르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 중 하나인 보타닉 가든.
늦잠쟁이 남편과 딸이 자는 동안 아침에 여유롭게 다녀왔습니다.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열려있기때문에 언제든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보타닉 가든의 입구가 여러개 있지만 북쪽에서 남쪽까지 직선으로 내려 와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약 2km 정도여서 천천히 둘러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북쪽 게이트 보타닉가든 MRT역에서 시작해서 가장 남쪽 게이트 탕린 게이트까지 코스로 잡았고, 구석 구석 다양한 길과 테마 정원이 있지만 거의 직선으로 천천히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면서 내려왔더니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 중간 평도 좋은 카페도 몇 개 있으니 2~3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오면 더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8시가 되기 전 도착한 보타닉 가든에는 이미 땀흘려 조깅하는 사람, 요가 하는 사람, 전통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싱가포르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라는 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다는데서 느껴지더군요. 건강한 에너지를 느끼면서 산책한 시간이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싱가포르 정원
보타닉가든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이자 싱가포르 최초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보타닉가든 MRT역에서 내려 연결된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렇게 현판이 설치되어 있지요.
근대 싱가포르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인 스탬포드 래플스 경이 1822년 식물원과 실험용 정원을 조성한 뒤, 1859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해 재개관하였다고 합니다. 영국인의 정원 사랑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식물에게는 영국보다 훨씬 좋은 생육 환경인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은 얼마나 멋질까 기대가 컸습니다. 1959년 영국인 로렌스 니븐(Lawrence Niven)이 영국의 공원 및 정원 스타일로 보타닉 가든을 설계하였고, 이 설계 그대로 거의 대부분이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리들리 홀, EJH코너 하우스, 홀텀 홀, 버킬 홀 등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1877년, 영국 왕실 식물원인 런던의 큐 가든(Kew Gardens)에서 재배하던 고무나무 묘목들을 싱가포르로 들여왔고, 1880년대~90년대에 지속 가능한 고무나무 이용 기법들이 개발되어 말레이 반도 전역에 고무나무가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917년까지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700만 개 이상의 고무나무 씨앗을 보급해 고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해 이 지역의 경제적 번영을 가지고 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산업 발전의 기초가 <식물>에서 시작하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싱가포르 도시를 다니다 보니 길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높은 건물들 사이층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있어 더욱 매력적인 도시라 느꼈습니다. 1960년대 당시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 식목 운동을 시작했을때, 이 보타닉 가든의 묘목장에서 자란 식물들로 도시를 푸르게 조성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일상 생활 바로 옆에 있는 휴식처이자 싱가포르를 비롯한 말레이 반도 도시들의 매력, 경제적 기여 등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큰 보타닉 가든입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념품이 너무 매력이 없습니다. 보타닉 가든 방문을 계획하면서 한편으로 기념품에도 기대가 매우 컸었는데 '공산품' 정도의 제품들만 있어 실망이 컸습니다. 특별한 원예용품, 아름다운 보타닉 그래픽이 들어간 다양한 상품,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 씨앗 등 다양한 기념품을 상상했는데 살만한 것이 정말 없더군요.
신기한 식물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수 없는 나무와 식물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최고의 소재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거의 20년도 전에 호주에 갔을때 나무와 풀들이 너무 크고 낯설어서 약간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식물원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거대하고 다양한 잎사귀 사이를 걷는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나무와 초목의 크기들이 정말 거대하고, 아바타 영화에서나 본 듯한 신기한 형상의 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든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난 박쥐꽃.
인도네시아 구근 타카라는 식물인데 꼭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박쥐꽃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신기했고, 또 많이 보였던 식물은 헬리코니아. Heliconia
열대식물을 그린 그림에서나 본 것 같은데, 선명한 색과 이국적 형상이 정말 눈에 띄고 신기했습니다.
헬리코니아는 땅 속에 줄기는 통통해서 채소처럼 먹기도 하는 식물이라고 하는데, 빨간색 꽃?이 꼭 새 부리같은데 극락조화속 식물과 비슷해 "가짜 극락조화"로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 보타닉가든에서만 다양한 헬리코니아 종을 발견했는데, 심지어 털이 보송보송난 헬리코니아도 있었습니다.
프랑지파니 콜렉션 Frangipani Collection
아~ 내가 동남아에 왔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는 프랑지파니(플루메리아) 꽃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꽃 모양도 만든 것처럼 너무 예쁘고, 향기도 샤넬 no. 5,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포함해 여러 향수에 쓰일 만큼 너무 좋지요.
다양한 프랑지파니 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프란지파니 콜렉션 정원도 있습니다.
2시간 산책을 끝낼 무렵 해가 뜨거워졌습니다. 그늘 없이 걸어야 하는 길도 꽤 있어서 가능하다면 오전에 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린이놀이터, 백조의 호수 등 구석 구석 못 가본 장소도 많아서 다음에 싱가포르에 온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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