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들이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만든다.”
수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1865~1938
화가들의 모델에서 화가로
수잔 발라동의 본명은 마리 클레망틴 발라동Marie-Clementine Valadon으로 프랑스 리무쟁 오트비엔에서 출생한 화가이자 예술가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녀는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일찍이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파리로 이주한 그녀는 일찍부터 양재사, 공장 직공, 서커스의 단원으로 일했으며, 세탁부로 일하다가 우연히 당대 상징주의 미술의 거장인 퓌비 드 샤반의 눈에 띄어 모델이 되었습니다. 발라동은 모델 일을 하면서 몇 년동안 화가의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샤반은 그녀의 그림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고 그의 아틀리에를 떠나게 됩니다. 이후 발라동은 르누아르, 로트레크, 드가 등 당대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화가의 모델들은 화가의 정부이기도 했습니다.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발라동은 르누아르 부인에게 쫓겨나게 됩니다. 이 아이가 훗날 몽마르트의 전경을 그린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입니다.
그 이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모델이 되는데, 로트레크는 발라동의 재능을 발견하였고, 드가는 그녀를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주었습니다. 그녀는 드가를 만날 날을 ‘내가 날개를 단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드가는 그녀의 그림을 3점 사주었으며, 그녀가 전시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사랑도 내가 선택해
화가로 자리잡기 전 화가들의 뮤즈이자 정부였던 그녀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릭 사티와 불같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연애 기간은 매우 짧았지만 서로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이였습니다. 사티는 발라동과 헤어진 뒤 죽을때까지 연애하지 않았으며 발라동을 위해 달콤하고 감미로운 '난 너를 원해(Je Te Veux)'라는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발라동은 에릭 사티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불같이 사랑한 뒤 사티와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은행가 폴 무시Paul Moussis와 결혼하였습니다. 무시는 수잔이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신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 그녀는 다수의 누드와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1908년 그녀는 <아담과 이브>를 그리게 되는데 아담의 모델이 초보 화가 앙드레 위테르Andre Utter였습니다. 그녀는 이브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아담의 얼굴에 위테르의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남성을 누드 모델로 세우고 남녀가 나란히 함께 있는 누드를 그린 최초의 여성 화가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그녀는 아들보다 어린 위테르와 사랑에 빠졌고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동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그녀는 폭발적으로 에너지 넘치는 그림들을 그려냅니다.
여성이 그린 여성의 누드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난 당당한 모습을 담은 자화상과 여성들의 누드는 남성 화가들이 담아내는 에로틱한 누드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당당한 표정과 자세로 그려진 자화상 속의 그녀는 더 이상 남성들의 의식 속에 이상화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발라동 자신이 의식의 주체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녀가 그린 여성의 누드화는 그동안 남성의 눈으로 그려진 누드화와는 다릅니다. 주로 자신의 몸을 모델로 그렸는데 얼굴과 몸에는 주름이 늘어져 있고, 몸 곳곳에 군살이 붙어 있으며, 가슴도 처져있습니다. 손가락과 발은 크고 투박합니다. 지금까지 남성화가들이 그려온 젊고 싱싱한 아름다운 몸은 아니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온 강인함과 당당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1914년 앙드레 위트로와 재혼 한 수잔은 최초로 여자 화가로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누드, 풍경, 정물화에 걸쳐 대담한 농담과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녀의 그림에는 선적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며,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활기가 넘칩니다.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평생을 열정적으로 자신만을 믿고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습니다.
'예술가 들여다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확신으로 넘쳐흐르는 관능미, 천경자 (0) | 2022.11.18 |
---|---|
패션의 화가, 제임스 티소 (0) | 2022.11.17 |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 폴 고갱 (0) | 2022.11.16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0) | 2022.11.15 |
프랑스의 색채화가, 앙리 마티스 (0) | 2022.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