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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들여다보기

발레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에드가 드가

by crystalpalace 2023. 2. 12.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1834~1917

 

 

프랑스 발레의 인기

드가는 평생 무려 천여점이 넘는 발레리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많이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활동한 19세기는 발레와 발레리나가 유례없이 인기를 누렸고, 그래서 발레리나를 담은 그림이 가장 잘 팔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드가가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은 오페라의 전성기였습니다.

오페라는 그 전부터 이탈리아에서 그 형식이 완성되었지만 프랑스에서는 독자적인 스타일로 오페라를 만들어갑니다. 

바로 오페라 가수와 함께 대규모 발레를 같이 구성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그랜드오페라 형태로 발전시킨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진데로 루이 14세의 발레 사랑은 지극했기 때문에 궁정을 중심으로 발레가 발달합니다. 

남성, 왕족 및 귀족을 중심으로 즐기는 의식같은 형태였다면, 19세기가 되어서는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형태로 발전해 나갑니다.

 

19세기 오페라의 인기가 뜨거웠던 만큼,  극장 건설 붐이 일었고, 그 결과 파리에도 가르니에의 설계안으로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집니다. 1875년 새롭게 완공된 파리 오페라하우스는 여성 발레리나의 도입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에서 발레는 주로 3막 도입부에 등장하였는데, 발레리나를 보러 온 남성 관객들이 만찬을 즐기다가 3막이 시작될 즈음 입장하는 웃지못할 풍습도 생겨나게 됩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 Palais Garnier1875

 

19세기 들어서 발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발레 기교의 발전과 발레 의상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19세기 이전까지 발레는 왕족이나 귀족들만의 사교 활동으로 발등까지 내려오는 치마, 가발, 액세서리로 치장해 화려하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1832년, 마리아 탈리오니가 <라 실피드> 라는 공연에서 미디 스커트 정도 길이의 튀튀를 입고 나와 빠르게 회전하는 푸에테를 선보이는 순간, 관중들은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단번에 발레의 매력에 빠져버립니다. 

하늘하늘한 천 사이로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나게 되자 발끝으로 보여지는 기술은 점점 발전하게 됩니다. 

 

 

발레리나의 화가, 드가

드가는 주로 무용연습실과 대기실 주변에서 발레리나를 관찰하고 묘사합니다.

화려한 절정의 무대 위 발레리나 보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연습중이거나, 동료들과 잡담을 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습니다. 

 

친구인 알베르 아크트르에게 부탁하여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배우 대기실과 무용 교습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출입증을 발급해줍니다. 드가는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일반인 금지구역을 마음데로 돌아다니면서 발레리나의 몸동작, 발동작들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Before the Ballet, 1890/1892,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그래서 드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발레리나 그림에는 발레의 특징을 꽤 자세하게 표현합니다. 

1877년 <리허설>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발레리나는 발을 180도 가까운 각도로 벌리고 앉아있습니다. 

이것은 발레리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앙드오르 en dehors라는 테크닉입니다. 

 

The Rehearsal, 1873

 

지하철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예고 학생들을 본적이 있는데 정말 그림처럼 앉아있을때도 발이 180도로 쩍 벌어지더군요. 

 

Edgar Degas,  The Rehearsal of the Ballet Onstage , ca. 1874.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에드가 드가는 발레리나의 일상적 생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이면에는 당시 부유한 남성들의 욕망과 매춘문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레리나가 연습하고 있는 공간 한켠에 거만해보이는 남성 두 명이 발레리나들을 지켜보고 있지요.

당시 노동 계급이나 가난한 여성들이 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해 발레리나가 되기를 희망하였고, 대부분 부유한 남성들의 정부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귀족들과 부자들은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할뿐 만 아니라 오페라의 운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여서 어린 발레리나들이 거절할 위치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종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족에게 떠밀려 발레단에 입단하여 주6일 고된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아 부자 후원자를 만나게 되면 좋은 아파트와 호화로운 생활 방식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고 발레단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개인 교습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을 위해 어머니가 오히려 부자들의 정부가 되기를 부추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Dancers at thd Old House, c.1877

 

 

Dancers, Pink and Green, 1890, 82.2 x 75.6 cm

 

몸단장 중인 발레리나들 사이, 벽에 기댄 신사의 그림자가 보이시나요?

이러한 뒷 이야기를 알고 보니 그림자마저 음흉해보입니다. 

 

드가의 그림을 보면 참 따뜻하고 부드럽고 보기 좋습니다. 하늘 하늘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은 중력을 받지 않는 듯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은 몽환적이기까지 하지요.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편안한 그림이 아닙니다.

사실 드가는 당시 유명한 여성혐오자였습니다.

무자비하고 심술궂은 사람이어서 어린 발레리나들에게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는 포즈를 오랫동안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드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사한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색채를 좋아하지만 어린 소녀들의 고난, 비참함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드가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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