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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들여다보기

쓸쓸한 그림 속에서 나를 본다, 에드워드 호퍼

by crystalpalace 2022. 11. 10.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20세기 미국 사실주의의 대가

호퍼는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그림을 곧 잘 그렸고 일찌감치 화가가 될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뉴욕 상업 미술학교에 진학해 인생 최고의 스승인 로버트 헨리를 만났습니다. 헨리는 호퍼에게 그림의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쳐 주는데 그치지 않고, 호퍼가 평생 간직한 그림을 그리는 '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습니다. 바로 작가가 자신을 믿고, 개인성을 중요시하고, 정직한 감정을 가지고 주위의 삶을 대해야 한다는 예술을 대하는 철학’ 이었습니다. 호퍼는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사회를 제대로 보고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였습니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으로 건너간 호퍼는 유럽에서 인상주의에 관심을 가지며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인상주의가 표현한 눈부시게 반짝이는 프랑스의 햇빛과 미국의 햇빛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당시 유럽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미국 화가들이 프랑스의 부드러운 햇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부드러운 햇빛을 담은 풍경을 그렸다면 호퍼는 미국의 햇빛 그대로 더 강렬하게, 그래서 더 어둡고 뚜렷한 그림자를 표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그림 속에서 빛이 쏟아지는 도시의 풍경은 평화로움 보다는 적막함과 막막함, 때로는 차가움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광활하면서 쓸쓸한 미국만의 광경을 표현함으로써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미국 사실주의의 대가로 손꼽히게 됩니다.

 

막막하고 광대한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인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미국 정신의 정수라고들 합니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고독이 미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미국은 20세기를 리드해 온 산업 국가로서 사회 시스템의 급격한 발달 속에서 개인의 소외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앞서서 체험하였습니다. 효율성, 합리성이 우선하는 기계문명속에서 인간성이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의 그림속에는 반듯한 건물과 도시 공간이 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는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쓸쓸한 공기가 감돕니다.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표정이 없습니다. 뒷모습마저 근심 걱정으로 무거워 보이는 어깨로 표현됩니다. 

 

 1929년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겪게 되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경제적 파탄과 함께 끝없이 추락하는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환멸, 냉소, 허무, 무시, 좌절 등 부정적인 감정이 사회 전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호퍼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그의 그림들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투영하며 오히려 위안을 찾습니다.

 

에드워드 호포의 작품 중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대도시 어디엔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 레스토랑을 그렸습니다. 레스토랑 안은 환하게 밝은 반면 가로등 하나 없는 밖은 휑하고 쓸쓸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레스토랑 안은 노란 빛으로 빛나지만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의 등은 쓸쓸함이 내려 앉았고, 나란히 앉은 남녀 역시 서로를 응시 하지 않은 채 가까이 있지만 단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ighthawks 1942

 

창을 통해 인간을, 나를 바라보다

호퍼의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입니다. 일반적으로 창이 안과 밖을 이어주는 매개로 활용되는 것과 반대로 호퍼의 그림에서는 다른 세계를 구분 짓는 단절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유리 안과 밖의 세계를 구분 짓고, 어둠과 빛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쓸쓸함, 삭막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차를 마시거나, 옷을 입고 있거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다거나.. 창을 통해서 보이는 그림 속 주인공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일상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마치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그림을 보는 오늘의 나와 동일시되는 감정이 들게 합니다.창을 통해 방으로 쏟아지는 빛으로 인해 주인공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자신과 그림 속 인물을 동일시하는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며, 마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내가 느끼는 쓸쓸함과 고독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느끼며 잔잔한 위로를 받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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